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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 사랑, 꿈, 그리고 현실 사이 어딘가

by geon-3 2025. 4. 25.

영화 라라랜드 포스터 사진

 

“현실은 잔인하지만, 그 순간은 영원했어.”

줄거리

처음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오프닝 장면 때문이었어요. LA 고속도로 위에서 배우들이 갑자기 뮤지컬처럼 노래를 부르는데, 그 낯설고도 황홀한 순간이 정말 인상 깊었죠. 그 안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미아(엠마 스톤). 그렇게 평범했던 순간이 영화의 시작이 됩니다.

세바스찬은 오래된 재즈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미아는 카페에서 일하며 배우를 꿈꾸는 평범한 여자예요. 둘은 몇 번의 우연을 통해 결국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하게 됩니다. 재즈, 춤, 꿈, 서로의 열정을 응원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동화 같죠.

하지만 동화는 오래가지 않아요. 꿈을 좇다 보니, 결국 둘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세바스찬은 밴드에 들어가 전국을 돌게 되고, 미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1인극을 시도하지만 실패하죠. 그 와중에도 서로를 도우며 마지막으로 한 번, 진심을 다해 응원해 줘요.

그리고 몇 년 후. 둘은 각자의 꿈을 이뤘지만, 사랑은 남지 않았죠. 그 장면, 세바스찬의 클럽에서 미아와 눈이 마주치고 흐르는 상상의 시퀀스... 그 순간만큼은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가장 찬란한 장면이 아닐까요?

캐릭터

미아는 누구에게나 있는 꿈 꾸는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해요. 할리우드 오디션에서 거절당하고도 포기하지 않던 모습, 마지막 오디션에서 “미친 꿈을 꾸는 바보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 장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엠마 스톤은 이 역할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큼, 진심 어린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세바스찬. 그는 고집스럽고, 현실에선 좀 답답한 사람이지만 그만큼 음악에 대한 진심이 있어요. 자신만의 재즈 클럽을 여는 게 인생의 목표였고, 결국 그걸 해냈죠. 라이언 고슬링은 이 캐릭터를 위해 진짜로 피아노를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몰입감도 좋았고요.

무엇보다 이 둘은 서로에게 날개를 달아준 사람이에요. 현실에선 결국 함께할 수 없었지만, 각자의 길에서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게 해 준 사랑. 그래서 더 아련하고, 그래서 더 오래 남아요.

음악과 연출

이 영화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건 음악이에요. ‘City of Stars’, ‘Audition’, ‘A Lovely Night’ 같은 곡들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진짜 언어였어요.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받았죠. 들을 때마다 마음을 울리는 선율이 많습니다.

연출도 정말 영화적이에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고전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현대적 감성을 담았어요. 특히 원테이크로 찍힌 댄스 장면, 강렬한 색감, 장면 전환의 리듬감은 지금도 ‘이건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 세바스찬과 미아가 함께였더라면 어땠을지 상상하는 장면.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면서 감정이 밀려와요. 보고 있으면 울컥해지죠. 그건 그냥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한 번쯤 품어봤던 ‘다른 가능성’ 일지도 모르니까요.

결론: 라라랜드는 당신 안의 라라랜드를 비춰준다

《라라랜드》는 단순한 뮤지컬 영화가 아니에요. 꿈을 좇는다는 게 얼마나 외롭고 때론 잔인한 일인지, 사랑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줘요. 하지만 동시에 그 짧은 순간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영원할 수 있는지도 함께 말해줘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요. 하지만 그 아릿함이 이상하게 따뜻하죠. 현실이든 꿈이든, 우리가 선택한 길에는 각자의 라라랜드가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요.